청년장애여성의 대담 ① : 우리는 왜 비혼을 고민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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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시대이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는 520만 3천 가구로 전체(1천 911만 1천 가구)의 27.1%를 차지하였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여행 가구주, 1인 가구의 증가세도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를 위한 일자리 지원, 건강형태 개선 등의 정책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1인 가구인 장애 여성을 위한 정책 논의는 시작되기 전이다. 대부분의 장애 여성 정책은 장애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료 추가 필요)으로, 비혼 혹은 1인 가구인 장애 여성을 위한 정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비혼을 선택한, 혹은 예비 1인 가구인 장애 여성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들은 왜 비혼 혹은 1인 가구를 선택하였으며, 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지체장애를 가진 네 명의 청년 장애여성의 대담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A : 수동 휠체어를 타는 30대 초반 여성, 대학원생. 연애 중. 사회자.

B : 전동 휠체어를 타는 30대 초반 여성, 대학원 졸업. 프리랜서 활동가, 비연애.   

C : 수동 휠체어를 타는 20대 후반 여성, 일반 회사 재직 중. 비연애. 

D : 근육병 장애로 전동 휠체어를 타는 20대 후반 여성, 장애인 단체 근무. 연애. 

E : 뇌병변 장애를 가진 20대 중반 여성. 대학원생. 비연애. 

 

우리의 연애사

A : 안녕하세요, 서로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계신데, 서로 친해지기 가장 좋은 주제가 바로 ‘연애’가 아닐까 해요. 연애로 대담을 시작해볼까요?

과거나 현재 연애를 하셨거나, 소위 ‘썸’이라고 부르는 유사연애 관계를 경험하고 계신 분들도 계신데요. 저를 포함해 대부분은 비혼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어요. 왜 우리는 ‘비혼’을 고민하게 되었을까? 각자의 연애 경험을 나눠보면 어떨까 합니다.

저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지금 장애를 가진 남자친구와 꽤 오래 연애를 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오래 연애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정서적으로 1:1 관계에서 도움을 받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비장애인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면 제가 물리적으로 너무 많이 도움을 받아야 될 것 같기 때문에 오히려 되게 관계가 어. 되게 비대칭성. 비대칭적이게 되었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 남자친구랑은 서로 도와줄 수 있는게 계속 서로 생기는 편이라서. 아무튼 제가 많이 의존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되게. 되게 평탄한 관계라 생각을 해서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은거 같아요.

E : 저도 언니랑 비슷한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연애를 할 때 느꼈던 건 남자애야 저를 막 좋아해주고 막 예쁘다고 해주고 그러겠죠? 연애하니까 근데 이제 주변에서 시선이 있잖아요. 왜 쟤 장애인이랑 다녀 라던가 재미있게 관찰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그럴 때 제가 경직을 하는데 그 순간에 되게 재치 있게 넘기는 애가 있고 저를 걱정하는 애가 있어요. 저를 걱정하면 제 열등감이 폭발하는 거 에요. 막 싸우죠. 열등감을 느낄 때. 안 느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타고난 거니까. 계속 가지고 살아야 되고.. 이럴 때 제가 날카로워져 있는데 그걸 좀 잘 다듬어서 둥글둥글하게 신경을 건드리지 말아야 되는데 그걸 잘 할 수 있는 애가 주위에 잘 없는거죠.

C : 어, 저는 A씨랑 반대인데 오히려. 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연애를 하기 힘들더라고요. 왜냐면 제가 장애가 있으니까, 연애 상태가 신체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내 장애에도 이렇게 힘이 든데 다른 사람의 장애까지 내가 받아주기는 힘들 것 같아요. 마음이 되게, 그만큼 제 마음이 넓지가 못한 것 같아요.

 

연애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

A : 그러면 연애를 하실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C : 저는 연애 경험은 없지만, 그러니까 장애가 있는데 내가 부모님 말고 누가 온전하게 옆에 있어줄까. 아니 이 마음이 있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반반이신 것 같아요.

E : 엄마가 뭐 제가 장애가 있으니까 애를 못 기를 것 같아서 얘기해주는 부분도 없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제가 공부를 많이 하고 했으니까 이제 엄마도 살아보고 느끼는데 너의 삶을 살아라. 애 낳아서 인생 포기 필요 없다. 이게 더 강하세요.

A : 그런 어머니의 반응이 E씨가 비혼을 선택하고자 하는데 큰 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대방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A : 사실 연애와 결혼에 가장 큰 장벽이 되는 것은, 우리 부모님의 우려 보다는 상대의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게 크잖아요.

C : 저도 연애를 하면서 고민되는 부분이 그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남자, 여자가 서로 좋아서 사랑을 해서 만나는데, 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한테는 내가 환영받지 못할 수 있겠다는거? 나의 선택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요.

D : 사실 반대할게 되게 뻔할, 뻔하다고 해야 하나? 가능성이 되게 높잖아요. 어쨌든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이 반대할게 뻔하고 또 반대를 하시면은 사실 우리가 만난 것보다 부모님들과 싸워야 되는 거에 더 좀 치중을 많이 해야 되는게 좀 많으니까. 저는 아직은 그냥 뭐 1년 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부모님한테 말해야 되어가지고 그런 부모님과 싸우는 일에 집중하지 말고 그냥 일단 우리끼리 놀고 일단 더 이따 나중에 얘기를 하자 이런 식으로 됐죠.

A : 그럼 다들 상대방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고 연애를 하셨거나, 연애를 하고 계신건가요? 저도 사실 그렇거든요. 제 남자친구는 부모님한테 되게 조금이라도 짐이 되는 걸 못 참는 성격이라서. 아마 저를 알리고 저와 교제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본인 부모님한테 굉장히 큰 짐이 될거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되게 서운하긴 하죠.

B : 저는 소개한 것은 아닌데, 사귀던 오빠의 그 어머니가 알고는 집안을 다 뒤집어 엎으셨어요. 굳이 저한테 안 할 말, 안 할 말을 해서 저도 같이 뒤집어엎었어요. 허허허허. 그래서 중간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을 보다가 음.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는 우리 집에서 되게 귀하게 자랐는데, 내가 왜 이런 수난과 수모를 이런 쓸 데 없는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막 부딪히면서 내가 왜 저 사람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와 마음을 아파해야 할까? 그리고 저 사람 때문도 아니고 심지어 엄마 때문에 그런 생각을 딱 하면서 이제 과연 그 관계에 대해서 지속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되게 많이 논의를 했거든요. 둘이서 했는데, 딱 그 말을 하더라구요. 자기는 자기 엄마의 말을 거스를 수가 없대요. 그 말 듣자마자 딱, 아 그러면 너와 나는 여기까지다. 엄마한테 가라 그랬어요.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비혼을 선택함

A : 사실 연애에 있어 내면의 어떤 방어기제들도 있고, 우리 부모님의 우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부모에게 내가 환영받을 수 있을까? 라는 것도 고민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저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요. 사는 게 이렇게 힘들고 퍽퍽한데, 내가 이런 짐들을 다 지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B : 결혼은 지금 막 해야 되겠다. 하고 싶다 이런 건 없고, 그냥 때 되면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사실 뭐 그 법적으로 뭔가 결혼 제도에 메여서 그렇게 살지 않고 그냥 저는 동거만 해도 상관없고, 동거 안하고 그냥 뭐 롱디? 롱디는 좀 아닌 거 같고. 좀 아닌데 (웃으며) 아무튼 저는 뭐 그렇게 뭐 자연스러운 자유로운 관계도 괜찮을 거 같아요. 뭐 그러다가 파트너랑 얘기를 했을 때 아니면 뭐 사귀는 사람이랑 뭐 결혼을 해야겠다는 얘기가 나오면 뭐 그때 자연스럽게 하면 좋은 거고.

E :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삶에 있어서, 근데 그 사람이랑 꼭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고 또 애기를 낳는 분들도 뭐 애기한테 집안에 유전적으로 장애인이 저밖에 없기 때문에. 저도 유전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어떤 작은 것 때문에 생겼고 잘못 나올 가능성은 없는데 아무래도 제가 지체장애인이다 보니까 남성이 육아를 해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내 애기를 길러야 되나? 약간 이런 생각들도 있어서 결혼을 하는 건 애를 낳기 위해서 같은데 아니면 그냥 같이 살아도 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암튼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굳이 뭐 재산 뭐 이런 것도 결국에는 같이 양육해야 되고 이러니까 생기는 문제인 것 같은데 누군가와 같이 살 생각은 있지만 결혼은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D : 결혼을 해보고는 싶다는 생각이 있죠. 당연히 했는데 이제 장애가 일단, 그 근육병이 있으면은 아이를 낳는데 좀 힘들단 말이에요. 왜냐면 낳을 수는 있는데 몸이 굉장히 많이 망가지니까. 결혼.. 결혼을 하는데는 솔직히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데 하는데 그냥 사실 그냥 아이가 없다면 결혼을 안 하고 동거로 지내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A : 개인적으로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비혼을 선택하는게 어떤 장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여성으로 제가 이제 30대니까 앞으로 여성으로 제약은 되겠지만 그게 결혼이나 이런 것과 걸리면서 더 큰 차별을 만들어 낼 것 같은데. 30대 여성으로 뭔가 결혼을 하고, 그러면서 겪게 되는 차별은 좀 더 음. 적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글쓴이

세계 최고의 뚠뚠이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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