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차별은 차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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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고려대 녹지운동장에서 고려대 학생과 연세대 학생의 합동 응원 오리엔테이션(OT) 행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때쯤 문제가 발생했다. 고려대 응원단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적 발언을 응원의 일환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발언 당시에 문제제기가 바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행사 이후 차별적 발언을 한 고려대 응원단에게 양교 장애인권단체의 해명요구가 이어졌다.

합동 응원 오리엔테이션은 고연전 전에 양교가 모여 응원을 교류하는 행사이다. 행사의 진행은 각 학교의 응원단이 맡는다. 행사에서는 평범한 응원 연습이 아니라 각 학교가 자신을 뽐내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형태의 응원 연습이 이루어진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고려대 응원단의 발언이었다.

“1885년에 연대에 다닌 건 광혜원 환자들! 니네 선배는 광혜원 환자들이야! 절뚝절뚝!”

고려대 응원단에 따르면 연세대의 설립연도가 광혜원의 설립연도임을 비꼬려는 발언이었지만 정작 모욕당한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장애학생들이었다. 이후 이러한 발언에 대해 양교의 장애인권단체에서 고려대 응원단에게 해명 및 사과를 요구했고, 고려대 응원단은 한 달이 지난 4월 13일에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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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응원단 페이스북에 게시된 1차 대자보로 지금은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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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13일, 고려대 응원단 페이스북에 게시된 2차 사과문이다.

 

고려대 응원단의 사과문으로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리 개운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고민해봐야 할 점은 차별의 의도성이다. 과연 의도하지 않은 차별은 차별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의도치 않았다는 자기위안을 한 채 차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차별은 지속적으로 생산되어 어느 순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한 삶의 일부가 될지 모른다.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는 사건 자체보다 이처럼 그 사건이 시사하는 바에 주목했다. 아래에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대자보 전문을 실어 기자의 말을 대신하려 한다.(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KUDA) 페이스북에 4월 11일 게시되었다)

 


실수로 하는 차별
-우리 모두 차별하며 사니까 한번 읽어보면 좋을 대자보

‘연대생은 광혜원 환자, 절뚝절뚝’
이 말은 이번 합동 오리엔테이션에서 고려대학교 응원단이 무대에서 했던 말입니다. 연세대를 비꼬기 위해 장애인의 신체적 불편함을 수단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응원단에 요청했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발언이 절대 차별을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지만 상처를 남겨서 죄송하다는 사과가 그 대답의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응원단은 공개적인 사과문 준비에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한 응원단과 그것을 굳이 문제제기해서 공론화시킨 장애인권위원회, 여러분은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십니까? 절뚝절뚝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고 ‘실수’를 사과까지 한 마당에 이걸 장애인비하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저 당사자들의 과도한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십니까?

오늘 저희가 이렇게 대자보까지 쓰게 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들 대부분이 바로 이런 의도치 않은 ‘실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잘못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차별적 실수를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 이 차별적 실수들은 굳이 문제제기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지만 평소엔 그저 우리 일상의 친숙한 농담, 놀림 같은 것들이 되어 우리 곁에 있습니다. 내 친구를 병신, 애자 같은 말들로 놀리는 것은 그저 친구를 놀리는 것이지 장애인 비하가 되리라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 각자의 이 작은 일상과 실수는 모이고 모여 장애인은 놀림감이라는 우리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평소엔 장난, 누군가 불편했다면 의도치 않은 실수.

어쩌면 일부러 하는 비하발언 이상으로 우리도 모르게 하고 있는 이 작은 실수들이 우리사회를 더욱 차별의 사회, 혐오의 사회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사자가 듣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농담은 이제 그만 멈춰야합니다. 장애인은 여러분 주위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나 있어야합니다. 우리들의 농담과 실수가 장애와 비장애를 가로 막는 더 큰 벽을 쌓고 있습니다.

학내에서 이런 차별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장애인권위원회도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우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작은 노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기사를 통해 대학교에 부재한 장애 관련 교육의 현실에 대해 전달했다. 이번 고려대 응원단 사건은 대학교에서 장애 관련 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을 재확인시킨 사건이라 할 만하다. 대학생들의 보다 성숙한 장애 감수성이 요구된다.

관련 기사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최우수 대학교, 장애 관련 교육은 두 학교뿐?

글쓴이

신생아. yunsang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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